후각 시리즈 2편입니다. 향수의 향기가 점점 약해지는 이유는 뭘까요? 그것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향수를 뿌린 직후에는 향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집니다. 손목이나 목 주변에 뿌린 향이 코에 선명하게 들어오고, 움직일 때마다 향기가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분명 강했던 향이 점점 약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한두 시간 정도 지나면 거의 향이 없어졌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시 향수를 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면 의외의 대답이 돌아올 때가 있습니다.
“아직 향이 나는데?”
그렇다면 향수는 정말 사라진 것일까요?
물론 향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로 공기 중으로 날아가거나 피부에서 분해되면서 향의 강도가 변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향의 변화가 모두 향수 자체의 변화 때문인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지난 편에서 살펴본 후각 적응이 깊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향수 냄새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그 향을 덜 의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현상은 단순히 "코가 피곤해진다"는 정도로 설명하기에는 꽤 흥미로운 후각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1. 향수를 뿌린 직후에는 왜 향이 그렇게 강하게 느껴질까?
향수는 여러 종류의 향기 성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향수를 피부에 뿌리면 이러한 성분 중 일부가 공기 중으로 퍼지고, 우리가 그 냄새를 맡게 됩니다.
처음 향수를 뿌렸을 때 강한 향이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냄새 자극이 갑자기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평소 아무런 향이 없는 공간에 있다가 향수를 뿌리면 코 주변의 냄새 환경이 갑자기 달라집니다.
뇌 입장에서는 상당히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평소와 다른 냄새가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에 후각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반응합니다. 그래서 향수가 실제로도 강하고, 동시에 우리가 느끼는 주관적인 강도 역시 높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향수를 뿌린 직후에는 향의 여러 특성이 한꺼번에 느껴질 수 있습니다.
상쾌한 느낌이 먼저 느껴질 수도 있고, 달콤하거나 꽃 같은 향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향수의 종류에 따라 나무나 흙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향의 양상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향수는 하나의 냄새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향기 성분이 섞여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공기 중으로 퍼지는 속도나 지속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향수를 사용하더라도 처음 맡았을 때와 시간이 지난 뒤 맡았을 때 인상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생깁니다.
향수 자체가 변하는 것과 우리가 향수를 느끼는 방식이 변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향수의 성분이 실제로 줄어드는 것과 별개로 우리의 후각은 같은 냄새에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냄새"였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존재하는 익숙한 냄새"가 되는 것입니다.
뇌는 주변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계속 높은 우선순위로 처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향수 냄새를 처음보다 덜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2. 향수가 약해진 것일까, 내가 익숙해진 것일까?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주 경험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외출하기 전에 향수를 뿌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향수가 지속력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는 여전히 향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향수의 실제 지속 시간과 내가 향을 느끼는 시간이 반드시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방 안에서 특정한 냄새가 계속 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는 냄새가 쉽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한참 동안 같은 공간에 있으면 그 냄새가 점점 의식에서 사라집니다.
그렇다고 방 안의 냄새가 반드시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향수 역시 비슷합니다.
향수를 뿌린 사람은 자신의 몸 주변에서 계속 같은 향을 접하게 됩니다. 걸어 다닐 때마다 향기 성분이 코 주변으로 들어오고, 옷이나 피부에서 계속 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후각 시스템이 점차 그 향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반면 몇 시간 뒤 처음 만난 사람은 그 향에 노출된 시간이 짧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쉽게 냄새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향수를 뿌린 본인보다 주변 사람이 향을 더 강하게 느끼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이해하면 재미있는 현상 하나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향수가 약해졌다고 생각해서 계속 추가로 뿌리다 보면 주변 사람에게는 오히려 향이 지나치게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본인은 이미 향에 적응해 있기 때문에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처음 접하는 향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로 향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약해집니다.
향기 성분은 공기 중으로 확산되고, 피부의 상태나 온도, 습도, 향수의 성분 등에 따라 지속되는 정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수가 실제로 약해지는 현상과 후각 적응은 동시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둘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두 가지 과정이 함께 작용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내 향기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향수를 사용하면서 "지금도 향이 남아 있을까?" 궁금할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느끼는 향의 강도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은 이미 향에 적응했기 때문에 실제보다 약하게 느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향수를 뿌린 직후 계속 손목을 코에 가져가 냄새를 확인하는 행동은 후각 적응을 더 빠르게 체감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강하게 느껴지던 향이 반복해서 맡을수록 점점 약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때 "향수가 벌써 다 날아갔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향수의 성분이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향을 확인하고 싶다면 일정 시간 동안 향수를 맡지 않고 생활한 뒤 다시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잠시 다른 환경에 있다가 돌아오면 처음보다 향이 다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후각 자극에 적응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향수를 사용할 때는 "내가 얼마나 강하게 느끼는가"보다 주변 환경과 다른 사람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밀폐된 공간이나 대중교통, 학교, 사무실처럼 많은 사람이 함께 있는 장소에서는 향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향수는 자신에게 좋은 향을 만드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결국 주변 사람도 함께 경험하는 냄새이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후각 적응이 향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세제와 섬유유연제, 샴푸, 방향제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처음 사용할 때는 향이 강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약해진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 중 일부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향수의 향을 둘러싼 재미있는 착각은 두 가지 현상이 겹쳐서 만들어집니다.
향수 자체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후각이 그 향에 익숙해지는 것.
이 둘을 구분하면 "왜 처음에는 그렇게 강했던 향이 지금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의문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코는 항상 똑같은 방식으로 냄새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주변 환경과 이전에 어떤 냄새를 맡았는지에 따라 같은 냄새도 전혀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특징은 향수뿐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공간에서도 나타납니다.
매일 생활하는 집의 냄새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바로 이 현상을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