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리즈입니다.
이번에는 향기/냄새와 관련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이 글은 시리즈 중 1편으로 냄새가 희미해지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냄새를 맡으며 살아갑니다. 아침에 일어나 방 안의 공기를 느끼고, 욕실에서 비누 냄새를 맡고, 집을 나서면서 음식점이나 자동차의 냄새를 경험합니다. 카페에 들어가면 커피 향이 강하게 느껴지고, 빵집 앞을 지나가면 갓 구운 빵 냄새가 코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분명 강하게 느껴졌던 냄새가 몇 분만 지나면 점점 희미해집니다.
향수를 뿌렸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향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향이 약해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향수의 냄새가 실제로 그만큼 빠르게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주변 사람은 여전히 향을 느끼는데 정작 향수를 뿌린 본인은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 냄새도 비슷합니다.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면 순간적으로 집 특유의 냄새가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분만 지나면 다시 익숙해져 그 냄새를 거의 의식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코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단순히 코가 냄새를 '못 맡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후각 시스템과 뇌가 반복되는 자극에 적응하는 과정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1. 처음에는 강하게 느껴지는데 왜 금방 익숙해질까?
냄새에 익숙해지는 현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후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기 중에는 수많은 화학 물질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어떤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공기 중에 있는 특정한 냄새 분자가 코 안으로 들어와 후각 수용체를 자극하는 과정입니다.
후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감지하면 그 정보는 신경 신호로 변환되어 뇌로 전달됩니다. 뇌는 이 정보를 분석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냄새'로 인식합니다.
예를 들어 빵집에 들어갔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갓 구운 빵 냄새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코가 새로운 냄새 자극을 갑자기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공간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처음처럼 강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냄새가 반드시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주변 환경에 계속 존재하는 동일한 자극을 처리하는 데 익숙해집니다. 후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냄새가 지속적으로 들어오면 후각 시스템은 그 자극에 점차 적응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일반적으로 후각 적응이라고 부릅니다.
후각 적응은 우리에게 상당히 중요한 기능입니다. 만약 우리가 주변의 모든 냄새를 처음 느꼈던 강도 그대로 계속 인식해야 한다면 일상생활은 매우 피곤해질 것입니다.
집에 있는 동안 집 냄새를 계속 강하게 인식하고, 옷 냄새나 가구 냄새까지 계속 의식한다면 다른 중요한 냄새를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감각 시스템은 반복적이고 변화가 적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쉽게 말하면 뇌가 이렇게 판단하는 셈입니다.
“이 냄새는 계속 존재하고 있고 특별한 변화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집중해서 처리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우리가 냄새를 완전히 잊어버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새로운 냄새가 나타나거나 기존 냄새의 강도가 크게 변하면 다시 주의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즉, 후각은 단순히 냄새의 존재 여부만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정보를 중요하게 처리하는 감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우리 집 냄새'를 우리는 왜 잘 모를까?
후각 적응을 가장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집입니다.
집에 처음 들어온 사람은 특정한 냄새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음식 냄새일 수도 있고, 세제나 섬유유연제 냄새일 수도 있으며, 가구나 침구에서 나는 냄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서 매일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후각이 둔해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매일 반복적으로 같은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익숙해진 결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 사용하는 샴푸가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처음 구매했을 때는 향이 매우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계속 사용하면 같은 향을 이전처럼 강하게 인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향수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합니다.
자신에게서 계속 같은 향이 나면 뇌는 그 냄새를 중요한 새로운 정보로 취급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은 "오늘 향수가 너무 약한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에게는 여전히 향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향을 잘 못 느낀다는 이유로 더 많이 뿌리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느끼는 향의 강도와 주변 사람이 느끼는 강도가 반드시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현상은 냄새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에서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주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시끄러운 장소에 오래 있으면 처음에는 매우 크게 들리던 소리가 어느 순간 덜 신경 쓰이기도 합니다.
감각기관과 뇌가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것입니다.
후각에서도 비슷한 적응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우리가 평소 느끼지 못하는 냄새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냄새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익숙해서 의식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집을 오랫동안 비웠다가 돌아왔을 때 갑자기 집 냄새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동안 그 냄새에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각 시스템이 다시 새로운 자극처럼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같은 공간이라도 얼마나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는지에 따라 냄새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3. 냄새를 못 느끼는 것은 오히려 뇌가 일을 잘하고 있다는 뜻일까?
우리는 흔히 감각이 강할수록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보고, 잘 듣고, 냄새도 민감하게 맡는 것이 좋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감각 시스템의 목적은 모든 자극을 최대한 강하게 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정보를 골라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끊임없이 수많은 자극이 발생합니다. 공기의 온도, 빛, 소리, 냄새, 피부에 닿는 감각 등 우리는 수많은 정보를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이 모든 정보를 같은 수준으로 의식한다면 뇌는 매우 큰 부담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반복되고 익숙한 자극은 상대적으로 중요도를 낮추고, 변화가 생긴 자극에는 다시 관심을 기울이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후각 역시 이러한 원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던 냄새가 갑자기 강해졌다면 우리는 즉시 그것을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음식 냄새가 갑자기 강해졌거나,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거나,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나타났다면 자연스럽게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익숙한 냄새를 잘 느끼지 못하는 현상은 감각의 실패라기보다 정보 처리의 효율성과 관련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후각 저하를 단순한 적응 현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예전보다 여러 냄새를 전반적으로 잘 맡지 못하거나, 냄새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단순한 후각 적응과는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코의 상태나 건강, 약물, 환경적인 요인 등 다양한 요소가 후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일시적으로 익숙한 냄새를 잘 못 느끼는 것과 전반적인 후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맡는 냄새는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거의 의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후각은 상당히 흥미로운 감각입니다.
처음에는 강하게 느껴졌던 냄새가 어느 순간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고, 오랫동안 집을 떠났다가 돌아오면 다시 집 냄새가 느껴집니다. 좋아하는 향을 맡으면 기분이 달라지기도 하고, 오래된 냄새 하나가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처럼 냄새는 단순히 코로 들어오는 정보가 아닙니다.
우리의 뇌가 주변 환경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받아들일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 후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감각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한 단계 더 일상적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강했던 향수가 왜 나중에는 약하게 느껴질까?”
향수를 뿌린 뒤 시간이 지나면서 향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와, 실제로 향이 사라지는 것과 우리가 향을 덜 느끼게 되는 것의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